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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 깊이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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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 작성일20-09-2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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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면서 법무부가 대상 예시로 '가짜뉴스'를 언급했다. 그러자 학계와 법조계에서 도대체 '가짜뉴스'를 어떻게 정의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반사회적인 위법 행위에 대해 실제 손해 이상의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입법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가짜뉴스'의 개념 정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고소 남발 등의 문제가 돌출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 시대의 '가짜뉴스'는 심각한 수준이다. 뉴미디어를 중심으로 퍼져나가다가 이제는 정통 언론조차도 '가짜뉴스'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팩트를 확인하지 않고 일방의 진술만 가지고 보도했을 경우 '가짜뉴스'의 시비에 휩싸인다. 뉴미디어의 경우는 고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허위 뉴스를 생산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정통 언론은 간혹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나 증언자의 진술을 토대로 기사를 내보냈을 때 반대쪽의 의견이 무시됐다며 허위시비에 휩싸이기도 한다. 법무부 '입법 예고안에는 고의뿐만 아니라 중과실도 포함된다'고 했기 때문에 고의적인 허위 보도가 아닌 과실에 의한 보도도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물론 이번에 마련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뉴스 생산을 위해 필요할 수 있는 법인 것만은 분명하다. 어떤 언론사가 그 회사의 정치적 입장과 논조에 따라 사실과 왜곡된 보도를 함으로써 파생되는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그 법의 유효성이 기대된다. 하지만 이 법이 자칫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장치로 쓰였을 때는 민주주의의 심각한 후퇴를 초래할 수 있다. 언론이 정치적 의도를 가진 허위보도를 쏟아내는 것을 방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럴 경우 기자들이 기사를 작성하면서 받게 될 위축감은 해결할 길이 없다.
 
  기자들은 현장에서 가장 정확한 팩트를 확보해 빠른 시간에 보도해야 하는 직업적 특수성에 노출돼 있다. 특종을 해야 한다는 중압감보다 낙종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다 보면 교차 검증을 누락하는 경우가 생기고 한쪽의 항의를 받기도 한다. 그럴 경우 그것은 '가짜뉴스'가 아니라 오보다. 그것이 악의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가짜뉴스와 오보가 반드시 가려져야 비로소 그 법의 유효성이 드러날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불이익을 당하는 일방을 구제하기 위한 가림막으로 존재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이 자칫 언론이 반듯한 목소리를 내고 용기 있게 길을 제시하는 본연의 기능을 하려할 때 장애물로 존재한다면 매우 심각한 폐해로 다가올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경북신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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