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 데스크 칼럼] 새벽배송에 취한 국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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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이상문 작성일20-06-07 19:18본문
↑↑ 편집국장 이상문산업혁명 초창기 영국의 11살짜리 노동자 토마스 클라크가 영국의회에 이렇게 증언했다. "새벽 5시에 공장에 나가서 밤 9시까지 꼬박 일을 해요. 하루에 밥 먹을 시간 20분만 쉴 수 있습니다.
일을 하다가 졸면 관리자들이 가죽 채찍으로 등을 때려요. 힘들지만 돈을 벌어야 하니 할 수 없어요. 일이 너무 힘들어서 동생이 저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생은 사장님이 고용한 것이 아니니 돈을 받지 못해요. 동생은 이제 겨우 일곱 살이랍니다" 과거 로마시대 노예의 이야기가 아니라 불과 150년 전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있었던 얘기다.
최근 '로켓 배송'을 자랑하는 배달업체 쿠팡의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났다는 뉴스를 듣고 일제히 쿠팡 회원 탈퇴를 서두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한 언론은 이 같은 회원들의 움직임을 두고 '로켓 탈퇴'라고 비꼬았다. 회원들은 내 물건의 포장지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묻혀 둘까봐 그토록 애용하던 쿠팡에 등을 돌렸다. 코로나19가 얼마나 공포의 존재인지 또 한 번 절실하게 깨우치는 계기가 됐다.
소비자들은 저녁시간에 필요한 물품을 주문해 두고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새벽녘 현관문 앞에 주문한 물건이 배달된 것을 보고 기겁을 했다. 세상에 이처럼 신속한 배달업체가 있어 장바구니 들고 복잡한 시장을 누비거나 주차난이 심각한 마트에 비집고 들어갈 필요가 없어진 것에 환호했다.
이러한 소비자의 심리에 편승해 쿠팡은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자정 전에 주문만 하면 이른 아침 일상을 시작하기 전에 배달해 주는 이 기상천외한 배달서비스는 지구상에 우리나라밖에 없지 싶다.
아무튼 쿠팡 물류센터의 집단감염 이후 소비자들이 쿠팡에 등을 돌린 것은 내 물건에 코라나 바이러스가 묻어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 이면에, 자신의 편리함을 위해 빛의 속도로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분류하고 배송 차량에 탑재하고 모두가 잠이 든 시간에 새벽 공기를 마시며 어둠을 가르는 배달 노동자들의 고달픈 삶을 떠올리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지난 3월 12일 새벽에 쿠팡 소속 40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기도 안산의 한 빌라 건물 4~5층 계단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배달노동자가 사망한 시간은 새벽이었다.
바로 쿠팡이 자랑하는 '로켓 배송', '새벽 배송'이 이 노동자를 죽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쿠팡에게도 책임이 있고 가만히 앉아서 자기 전에 손가락 클릭으로 물건을 주문한 소비자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2012년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27개 전 승강기에 경고문을 붙였다. 경고문의 제목은 '배달사원 승강기 사용 자제'였고 내용은 "당 아파트에 출입하는 배달사원, 신문, 우유 등의 배달시 각층마다 승강기 버튼을 물러 사용함으로 주민들의 이용불편과 승강기 고장, 유지 및 관리비, 전기료 발생 등으로 인하여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계단을 이용하여 배달해 주시기 바라며 개선되지 않을 시 이에 상응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함을 알려드리니 배달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2012년 8월 한겨레신문에 배달노동자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는데 그 배달노동자는 "얼마 전 우유 상자를 싣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한 주민이 쳐다보면서 전기세 내고 이용하는 거냐고 따져 물어서 할 말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고 말했다.
현대사회에서 소비자는 모든 특권을 누리기를 원한다. 그 특권으로 말미암아 고통받는 생산자의 입장은 결코 상상도 하지 못한다. 이 불균형이 깨지지 않는 한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중잣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쿠팡 물류센터의 최초 감염자는 증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빠지면 새벽 배송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출근을 했다고 한다.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어라'는 방역수칙을 지키지 못한 것도 결국 소비자들이 '로켓 배송'의 편리함에 취해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모든 현대사회의 시스템이 그렇지는 않다. 선진 유럽국가인 프랑스는 금요일 오후 5시만 되면 월요일 10시까지 상점의 문을 닫아버린다. 우리 국민들은 만약 그런 사태가 온다면 난리가 날지도 모른다. 조금 불편해질 필요가 있다. 이렇게 서두르다가는 언제 또 모슨 일이 닥칠지 모른다.
편집국장 이상문 kua348@naver.com
일을 하다가 졸면 관리자들이 가죽 채찍으로 등을 때려요. 힘들지만 돈을 벌어야 하니 할 수 없어요. 일이 너무 힘들어서 동생이 저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생은 사장님이 고용한 것이 아니니 돈을 받지 못해요. 동생은 이제 겨우 일곱 살이랍니다" 과거 로마시대 노예의 이야기가 아니라 불과 150년 전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 있었던 얘기다.
최근 '로켓 배송'을 자랑하는 배달업체 쿠팡의 물류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일어났다는 뉴스를 듣고 일제히 쿠팡 회원 탈퇴를 서두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한 언론은 이 같은 회원들의 움직임을 두고 '로켓 탈퇴'라고 비꼬았다. 회원들은 내 물건의 포장지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묻혀 둘까봐 그토록 애용하던 쿠팡에 등을 돌렸다. 코로나19가 얼마나 공포의 존재인지 또 한 번 절실하게 깨우치는 계기가 됐다.
소비자들은 저녁시간에 필요한 물품을 주문해 두고 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새벽녘 현관문 앞에 주문한 물건이 배달된 것을 보고 기겁을 했다. 세상에 이처럼 신속한 배달업체가 있어 장바구니 들고 복잡한 시장을 누비거나 주차난이 심각한 마트에 비집고 들어갈 필요가 없어진 것에 환호했다.
이러한 소비자의 심리에 편승해 쿠팡은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자정 전에 주문만 하면 이른 아침 일상을 시작하기 전에 배달해 주는 이 기상천외한 배달서비스는 지구상에 우리나라밖에 없지 싶다.
아무튼 쿠팡 물류센터의 집단감염 이후 소비자들이 쿠팡에 등을 돌린 것은 내 물건에 코라나 바이러스가 묻어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 이면에, 자신의 편리함을 위해 빛의 속도로 물류센터에서 물건을 분류하고 배송 차량에 탑재하고 모두가 잠이 든 시간에 새벽 공기를 마시며 어둠을 가르는 배달 노동자들의 고달픈 삶을 떠올리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지난 3월 12일 새벽에 쿠팡 소속 40대 비정규직 노동자가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기도 안산의 한 빌라 건물 4~5층 계단 사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배달노동자가 사망한 시간은 새벽이었다.
바로 쿠팡이 자랑하는 '로켓 배송', '새벽 배송'이 이 노동자를 죽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쿠팡에게도 책임이 있고 가만히 앉아서 자기 전에 손가락 클릭으로 물건을 주문한 소비자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2012년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27개 전 승강기에 경고문을 붙였다. 경고문의 제목은 '배달사원 승강기 사용 자제'였고 내용은 "당 아파트에 출입하는 배달사원, 신문, 우유 등의 배달시 각층마다 승강기 버튼을 물러 사용함으로 주민들의 이용불편과 승강기 고장, 유지 및 관리비, 전기료 발생 등으로 인하여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계단을 이용하여 배달해 주시기 바라며 개선되지 않을 시 이에 상응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함을 알려드리니 배달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라고 적었다.
2012년 8월 한겨레신문에 배달노동자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는데 그 배달노동자는 "얼마 전 우유 상자를 싣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한 주민이 쳐다보면서 전기세 내고 이용하는 거냐고 따져 물어서 할 말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고 말했다.
현대사회에서 소비자는 모든 특권을 누리기를 원한다. 그 특권으로 말미암아 고통받는 생산자의 입장은 결코 상상도 하지 못한다. 이 불균형이 깨지지 않는 한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중잣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쿠팡 물류센터의 최초 감염자는 증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빠지면 새벽 배송에 차질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출근을 했다고 한다.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어라'는 방역수칙을 지키지 못한 것도 결국 소비자들이 '로켓 배송'의 편리함에 취해있기 때문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모든 현대사회의 시스템이 그렇지는 않다. 선진 유럽국가인 프랑스는 금요일 오후 5시만 되면 월요일 10시까지 상점의 문을 닫아버린다. 우리 국민들은 만약 그런 사태가 온다면 난리가 날지도 모른다. 조금 불편해질 필요가 있다. 이렇게 서두르다가는 언제 또 모슨 일이 닥칠지 모른다.
편집국장 이상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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