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보내준 고마운 딸… 유공자 돌봄 `보훈섬김이` 맹활약 > 실시간

본문 바로가기


실시간
Home > 건강 > 실시간

국가가 보내준 고마운 딸… 유공자 돌봄 `보훈섬김이` 맹활약

페이지 정보

지우현 작성일20-06-07 20:39

본문

↑↑ 보훈섬김이 김태순(56)씨가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 윤석모(89)씨 가족에 안부를 묻고 있다.   
[경북신문=지우현기자] "나라를 지킨 국가유공자 어르신 곁에서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참전 당시 이야기를 들으며 아픈 역사를 생생히 접하기도 하죠."
     대구지방보훈청 소속 보훈섬김이 황명희(53)씨는 "어르신들이 자녀에게 털어놓지 않는 사적인 문제를 말씀하실 만큼 보훈섬김이들을 신뢰하신다"며 "꾸준한 만남이 이런 믿음이 만드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보훈섬김이들의 활동이 눈길을 끈다.
     대구지방보훈청에 따르면 대구와 경산, 청도 등 경북 일부 지역에서 활동하는 보훈섬김이는 2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은 혼자 살거나 노인성질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국가유공자를 찾아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요양보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돌봄에 필요한 자격증도 갖추고 있다.
     대구 서구 비산동에 사는 이기달(91) 할아버지는 "노인끼리 생활하면 외로울 때가 많은데 보훈섬김이가 매주 집에 와 이야기도 하고 집안일도 도와주니 참 좋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참전 유공자인 이 할아버지는 자녀들이 모두 가정을 꾸린 후 부인과 단둘이 생활하고 있다.
     경산에서 활동하는 보훈섬김이 김태순(56)씨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보훈가족을 묻자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홀로 살아온 한 할머니의 이야기를 꺼냈다. 할머니는 김씨의 첫 재가복지서비스 대상자였다.
     김씨는 "할머니는 결혼 두 달 만에 남편이 한국전쟁으로 입대했고 이후 생사를 모른 채 지내셨다"며 "하나뿐인 아이도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눈을 감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람에 대한 상처로 한참이나 맘을 열지 않으셨지만 이후엔 나를 딸처럼 여겨주셨다"며 "우리 집에 모셔와 목욕시켜 드린 적도 있고 남편이 할머니 댁 곳곳의 낡은 부분을 수리하기도 했다. 5년을 모시고 임종까지 지켜봤다"고 전했다.
     최근 대구·경북을 휩쓴 코로나19 사태는 보훈가족과 보훈섬김이들에게도 힘든 시간이었다. 재택근무 규정이 내려왔지만 비대면 활동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황명희씨는 "심장 문제로 약이 꼭 필요한 어르신을 위해 코로나19 진료가 이뤄지는 대형병원에 직접 다녀오곤 했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나중에 어르신의 자녀로부터 고맙다는 전화가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태순씨는 재택근무 기간에도 몇몇 보훈가족의 집을 직접 찾았다. 노환 탓에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대상자들에게 전화로 안부를 물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노인을 돌보며 생기는 고충도 있다. 치매 증세가 있는 대상자가 '보훈섬김이들이 물건을 훔쳐 갔다'고 오해하는 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무엇보다 고령의 보훈가족이 세상을 떠나는 일은 몇 번을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아픔이다. 하지만 보훈가족이 진심을 담아 고마움을 표현할 때면 다시 마음을 다잡고 보람찬 마음으로 근무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
     김태순 씨는 "처음엔 차갑기만 하던 어르신들도 진심을 담아 대하면 언젠가는 우리의 마음을 다 알아주시더라"며 "국가유공자를 위한 보훈섬김이의 활동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지우현   uhyeon6529@daum.ne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개인정보취급방침 서비스이용약관 이메일무단수집거부
Copyright © 울릉·독도 신문. All rights reserved.
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