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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의 라오스로 소풍갈래?] 시나브로 이끼 핀 시멘트 예술, 시계 느리게 움직여 세월 안에서도 반짝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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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작성일20-06-1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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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이상문기자] 그렇다. 라오스는 가난한 나라다. 이것은 어김없는 사실이다. 인적 자원도 물적 자원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험악한 산지에 묻혀있는 부존자원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힘들고 메콩강의 풍부한 수자원도 활용을 위한 기술적 한계가 있다. 당연히 문화적 자원도 취약하다. 그들의 전통문화는 그들의 삶속에 녹아들어 있어 건강하게 보존되고 있지만 새로운 문화의 발전 속도는 매우 더디다. 이러한 라오스의 문화적 현실을 가장 잘 드러낸 곳은 불상공원이라고 일컬어지는 씨엥쿠앙이다.
 
  ◆ 시멘트 주물러 만든 불상 조각들

  1950년대 초반 프랑스에서 독립한 라오스에 스스로 신성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조각가가 있었다. 루앙 분르라 쑤리랏이라는 조각가다. 그는 어느 날 라오스를 지켜낸 온갖 신들을 빚어 메콩강변에 세워두고 라오스의 역사를 길게 이어나가기를 기원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그 많은 신상을 조각할 돌이 마땅치 않았다. 중국 운남에서 수입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고 쉬운 길이었지만 자신에게도, 정부에서도 그 재원이 없었다. 결국 시멘트를 활용하기로 했다. 시멘트는 돌보다 구조를 형상화하는 작업이 손쉬운 재료기 때문에 공기가 짧아진다는 이점도 있었다. 그는 비엔티안 남동쪽 24km 지점의 넓은 강변을 지목하고 자신을 따르는 숙련된 조각가들을 불러 모았다.

                     

  불상공원은 말이 불상공원이지 힌두신화에 나오는 신들도 함께 존재한다. 루앙 분르라 쑤리랏은 종교인이 아니라 예술가였다. 그 점이 중요하다. 예술가의 시각은 매우 분방하다. 한 종교가 라오스를 수호한다는 생각은 종교인이나 범속한 사람들의 고정관념이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다양한 신들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직된 모습의 신들이 아니라 자신의 자유로운 영혼을 닮게 익살스럽게 표현했다.

  대표적인 조각이 와불상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와불상은 대개 곧게 누운 채 명상에 잠긴 부처님의 형상이다. 그런데 불상공원에 있는 와불상은 한 손으로 머리를 괴고 비스듬히 몸을 일으켜 사랑스러운 눈빛과 미소로 속세를 굽어보고 있다. 웃음이 절로 나온다. 참 따뜻한 부처님을 만날 수 있다. 누가 이런 부처님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루앙 분르라 쑤리랏은 불상조각가가 아닌 예술가였음이 틀림없다.
                    

◆ 불상과 힌두신상 어울린 독특한 공원

  호박 모양을 한 아수라가 입을 크게 벌린 구조물은 괴기스럽다. 아수라의 입 속으로 들어가면 계단이 나오고 그 계단을 따라 오르면 엎드린 아수라의 등 위에 올라타게 된다. 부처님이 가르쳐 주신 삼계를 표현한 것이다. 욕계, 색계, 무색계. 지옥, 지상, 천상. 천상인 아수라의 등에 오르면 불상공원이 한 눈에 들어온다. 사람들이 단시간에 인간의 전생과 내세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삼계를 훑어보게 한 장치다. 예술가가 아니라면 쉽게 만들 수 없는 구조다.

  불교 경전에 나오는 다양한 신상과 함께 어울린 힌두신들의 모습도 아름답다. 힌두에 대한 지식이 있는 이들이라면 불상공원에서 만나는 힌두신들도 반갑다. 불교국가인 라오스에서 힌두신상을 자주 만나는 것은 크메르 왕국의 영향이 크다. 캄보디아 최대 유적인 앙코르 유적지에 가면 힌두와 불교가 혼재한다. 라오스의 남부 팍세에서 만나는 왓푸도 힌두사원이다. 전형적인 불교국가이긴 하지만, 아직도 정령신앙이 남아 있고 일부 힌두이즘이 혼재된 양상이 나타나는 것은 라오스 종교의 특징이다. 티베트 불교가 토속 샤머니즘인 뵌교와 혼합된 경우와는 다르겠지만 그런 흔적이 라오스 종교사회에서도 존재한다.
                    

◆ 세월 견딜 시멘트 예술되기를

  불상공원에서 느끼는 또 하나의 감동은 라오스인들의 시멘트 예술이다. 라오스를 여행하다 보면 무수하게 많은 시멘트 구조물을 만나게 된다. 사원에서도, 시장에서도, 공공기관에서도 시멘트 반죽은 도처에 발견된다. 불상공원은 라오스가 시멘트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한다. 얼핏 보면 부식하는 시멘트 위로 피어오르는 거뭇한 이끼에 안타까운 심정이 들겠지만 시멘트를 떡 주무르듯이 만져 놓은 솜씨에 탄복하게 된다. 불상공원도 그렇고 빠뚜싸이도 그렇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이 아름답고 기발한 예술작품들이 오래 견디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감이다. 세월이 흐르면 시멘트는 녹아내리고 부셔질 것이다. 그러면 한 때 가난한 나라의 예술가와 애국자들이 만든 시멘트 예술의 흔적이 고스란히 증발해 버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조급한 마음이 든다. '라오스의 시계는 느리게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이런 나의 조바심도 한 몫 한다. 라오스의 발전이 더디게 이뤄져 천혜의 원시자연이 그대로 보존되면 좋겠다는 여행자의 욕심과 함께 시멘트 예술이 사라지는 것을 지연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바로 그런 상상을 부추긴다.
이상문   iou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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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