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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2년, 고통 겪는 시민 곁 묵묵히 지킬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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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문 작성일20-07-09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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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신문=이상문기자] 코로나19가 인류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모든 삶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틀에 의해 재조정되고 낯설지만 지켜야 하는 수칙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졌다.

  마주앉아 술을 마시고 식사를 하던 멀쩡한 생활이 감염병의 위력에 꺾여 나란히 앉거나 칸막이를 해야 하고 콘서트홀에 빼곡하게 모여 교향악에 젖던 여유가 사라져 버렸다.

  모든 산업은 불황에 빠졌다. 수출과 인적교류가 중단됐고 하늘길이 막혀 새로운 고립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경우의 변수에 불안해 지갑을 닫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정체를 따돌리기 위해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했다. 기업은 긴축경영을 통해 코로나 종식 때까지 버티기에 들어갔고 정부는 당장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긴급한 수혈을 하고 있지만 그 지원으로 어려움이 당장 걷히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가장 심각한 고통을 겪는 집단은 소상공인들과 서민들이다. 소비가 나락으로 떨어져 하루 벌어 하루 살던 소상공인들은 버티기가 어려워졌고 흔들리는 직장에서 내몰려 실업급여에 의존하는 서민이 대폭 늘었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감염병의 난입은 마치 전쟁의 주둔군처럼 몰려와 우리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관광산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경상북도의 주요도시들은 당장 비상에 걸렸다. 특히 대표 관광도시인 경주시가 극심한 불황의 늪에 빠져들었다. 4년 전 경주지진이 발생했을 때 여행자들은 발길을 끊었지만 시민 모두가 안간힘을 다해 관광산업의 회복을 이뤄놨지만 코로나19는 악착같이 닦은 관광산업의 기반을 한 순간 무너뜨렸다. 대형 관광버스가 줄을 잊던 대릉원과 불국사 주차장은 텅텅 비었다.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던 황리단길도 여름의 뜨거운 햇살만 빼곡하다.

  5월 연휴에 반짝 여행자들이 경주로 몰려와 한 숨 돌리나 했지만 연휴 때 이태원발 재확산으로 다시 발길이 뜸해졌다. 정부가 특별재난지원금을 풀었을 때 식당을 중심으로 한 소상공인들의 업소는 평소 매출을 회복했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소비해 버려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경주시는 이 같은 관광산업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철저하게 안전한 여행을 권유하고 있다.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경주 여행을 즐긴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 어려운 시기에 경주를 찾아준다면 다양한 인센티브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경주시의 관광콘텐츠는 대부분 노천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밀폐된 공간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관광산업의 활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따른다. 대부분의 상인들은 매출이 반 토막이 아니라 아예 폐업 일보 직전이라는 비명을 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텅 빈 업소에 생계를 의탁하고 있으니 당장 문을 걸어 잠글 수도 없어 종업원을 줄이는 고육지책으로 버티고 있다고 호소한다.

  그러나 이대로 무너져 내릴 수는 없다. 아무리 먹구름이 잔뜩 낀 현실이어도 구름 너머 강렬한 햇살이 기다리고 있다. 기다리고 인내하며 노력하는 공을 들인다면 또 다른 방법이 생겨날 것이 분명하다. 먹구름을 비집고 햇살이 어두운 땅을 비칠 것이다.

  창간 12주년을 맞은 경북신문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대구·경북의 모든 시·도민들과 함께 이 고통을 벗어나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데 주력할 것이다.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닦아나가면서 다시 온화한 햇살이 내릴 때를 기다릴 것이다.

  한국전쟁 70주년인 올해, 전후의 잿더미를 일구고 압축성장을 이뤄내 세계에서 부러워하는 국가를 건설한 민족성이 유감없이 발휘될 때 이 어처구니없는 위기도 능준히 이겨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경북신문은 그 일을 기필코 해낼 시민 곁을 묵묵하게 지키면서 용기와 힘을 보태는데 게으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지역언론이 해야 할 책무며 창간 12주년을 맞은 경북신문의 미션이기도 하다.
이상문   iou5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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